★ 어라, ㄱ자 터널이네
The rabbit-hole went straight on like a tunnel for some way, and then dipped suddenly down, so suddenly that Alice had not a moment to think about stopping herself before she found herself falling down a very deep well.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하면 앨리스가 떨어지는 장면만 생각나서 이렇게 굴이 처음에는 첫 획이 좀 길게 뻗은 ㄱ자로 시작하는 줄은 몰랐다. 그냥 바로 아래로 떨어지는 줄로만 생각했다. 역시 안 읽은 티가 난다. 아니, 어려서 읽은 건 축약본이었던가.
터널처럼 일직선으로 가다가 갑자기 아래로 떨어져서 앨리스는 미처 멈춰 설 생각도 못한 채 아주 깊은 우물로 떨어지는 자신을 발견했다.
▸I had a moment to go over the checklist.
(체크리스트를 검토할 시간이 있었다.)
▸Have you thought about what I've said?
(내가 이야기한 것 생각해봤어?)
▸I fell down the stair and ended up in the ER.
(나는 계단에서 떨어졌고 결국 응급실에 갔다.)
앨리스가 들어간 굴이 약간 이런 느낌일 것 같다. 물론 토끼굴이라 입구도 엄청 작고 통로도 작겠지만 말이다. 이 사진을 보니 앨리스는 어떻게 앞을 볼 수 있던 거지?, 라는 의문이 올라온다. 램프를 가지고 간 것도 아닌데 빛이 좀 비치는 통로였나?
★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데도 엄청 태평한 아이
Either the well was very deep, or she fell very slowly, for she had plenty of time as she went down to look about her and to wonder what was going to happen next. First, she tried to look down and make out what she was coming to, but it was too dark to see anything; then she looked at the sides of the well, and noticed that they were filled with cupboards and book-shelves; here and there she saw maps and pictures hung upon pegs. She took down a jar from one of the shelves as she passed; it was labelled 'ORANGE MARMALADE', but to her great disappointment it was empty: she did not like to drop the jar for fear of killing somebody, so managed to put it into one of the cupboards as she fell past it.
앨리스는 우물이 아주 깊거나 아주 천천히 떨어지고 있거나 둘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아무리 봐도 아주 천천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저렇게 주위도 둘러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시간이 아무리 충분히 있어도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데 자신의 주변을 둘러보며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하다니 앨리스가 보통 아이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진짜 특이한 애 아냐?
앨리스는 우선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어디에 이르게 될지 알아내려고 했는데 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그 다음에는 우물 양 옆을 보았는데, 선반과 책장이 가득했고 여기저기 지도와 그림이 걸린 걸 보았다. 스쳐 내려가면서 한 선반에서 병을 끌어내렸는데, ‘오렌지 마말레이드’라는 라벨이 붙은 그 병은 아주 아쉽게도 빈 상태였다. 병을 떨어트리며 누가 죽을까 봐 두려워서 선반에 간신히 넣어뒀다.
▸I had plenty of time to do my assignment.
(숙제를 할 시간이 많았다.)
▸I couldn’t make out what she was saying.
(나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I was too excited to sit still.
(너무 흥분해서 가만히 앉아 있지 못했다.)
▸The glass jar was filled with candies.
(그 유리병은 사탕들로 가득했다.)
▸He doesn’t carry cash for fear of losing money.
(그는 돈을 잃을까 두려워서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I managed to quit smoking.
(나는 간신히 금연할 수 있었다.)
★ 떨어지는 데 일가견이 있는 앨리스
'Well!' thought Alice to herself, 'after such a fall as this, I shall think nothing of tumbling down stairs! How brave they'll all think me at home! Why, I wouldn't say anything about it, even if I fell off the top of the house!' (Which was very likely true.)
앨리스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렇게 떨어지고 난 후에는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건 아무렇지도 않을 거야! 식구들 모두 날 얼마나 용감하다고 생각할까! 에이, 아무 말도 하지 말아야지. 집 꼭대기에서 떨어지더라도 말이야. (아마 이건 매우 사실일 것이다)
think nothing of는 '~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다'라는 뜻으로, 지금 이렇게 떨어지고 난 후에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건 아무렇지도 않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 마인드가 진짜 대단하다. 이 정도 배포를 지녀야 앞으로의 모험을 떠날 자격이 되나 보다. 이 단락 읽으면서 좀 웃었다. 태평한 것을 넘어서 초긍적 자이를 지닌 아이 같다.
fall은 중력 때문에 아래로 움직이는 것을 말하는데, 사과가 떨어질 때도 fall을 쓰고 나무에서 떨어져도 fall을 쓴다. 반면, tumble은 갑자기 어찌해볼 도리 없이 떨어지는 것을 말하며, 빙글빙글 돌면서 떨어지는 것(To fall end over end)을 말한다.
★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_1-1: 어째 끝이 없냐!
Down, down, down. Would the fall NEVER come to an end! 'I wonder how many miles I've fallen by this time?' she said aloud. 'I must be getting somewhere near the centre of the earth. Let me see: that would be four thousand miles down, I think—' (for, you see, Alice had learnt several things of this sort in her lessons in the schoolroom, and though this was not a VERY good opportunity for showing off her knowledge, as there was no one to listen to her, still it was good practice to say it over) '—yes, that's about the right distance—but then I wonder what Latitude or Longitude I've got to?' (Alice had no idea what Latitude was, or Longitude either, but thought they were nice grand words to say.)
필요하지 않은 정보는 생략하는 게 맞겠지만 원문을 읽다 보니 애니메이션에서 상당히 많은 부분을 생략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한 문단이 무척 길다. (지금 이 문단과 다음 문단은 원래 한 문단임.)
그림책에서라면 앨리스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황을 의성어나 의태어로 처리할 것 같은데, 여기서는 Down, down, down으로 연속해서 3번 부사로만 상황을 알리고 있다. 문장으로 처리한다면 계속 내려가고 있다는 사실이 임팩트 있게 와닿지 않을 것 같다.
아까는 속으로 생각하더니 이제는 소리내어 말한다. ‘몇 마일이나 아래로 떨어진 거지?’ 지구 중심에 가까이 가고 있을 거야, 라고 추측하는 장면에서는 웃겼다.
어디 보자. 4천 마일 아래일 것 같은데. 대략 그게 맞는 거리일 거야. 그럼 어떤 위도나 경도에 떨어지게 되는 거지? (앨리스는 위도나 경도가 뭔지 몰랐지만 그 단어들은 말하기에는 아주 멋지고 웅장하다고 생각했다.)
괄호로 추가 정보가 자꾸 주어지는데, 앞으로도 계속 그럴지 어떨지 모르겠다. 괄호는 문장에서는 꼭 필요하지 않은 정보지만 추가하고 싶을 때 쓰는 것으로, 괄호를 보다 보니 화자가 더 많이 개입한다는 느낌이 든다. 앨리스가 학교 수업에서 이런 종류의 지식을 배웠는데, 자신의 지식을 뽐내기에 아주 좋은 때는 아니고 아무도 듣고 있지 않지만 되풀이해서 말하는 건 좋은 연습이 된다는 말이 재미있다.
앨리스가 수업 시간에 배운 지식을 뽐내는 걸 보니, 이 책이 출간된 1865년, 19세기 말에 지구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발전했는지 궁금해진다. 찾아보니, 18세기 중반부터 위도와 경도에 대한 제대로 된 지식이 있었다. 18세기 중반부터 영국이 대영제국을 건설하기 시작했으니 이 시계 기술도 큰 역할을 했겠지.
“바다 위에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는 일은 18세기까지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았다. 1707년 영국 실리 제도 근처에서 4척의 함대가 암초에 부딪히는 대형 사고가 나자, 영국 정부는 급기야 이 문제를 푸는 데 최대 2만파운드(오늘날 50억원 정도)의 상금을 걸기에 이른다.”(해리슨의 항법용 시계가 뱃사람에게 경도를 알려줬다)
▸The social distancing will come to an end when a vaccine is developed.
(백신이 개발되면 사회적 거리두기는 끝날 것이다)
▸He showed off his knowledge of action movies.
(그는 액션 무비에 대한 자신의 지식을 과시했다.)
▸I said the shopping list over not to forget it.
(나는 쇼핑 리스트를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되풀이해서 말했다.)
★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_1-2: 이대로 내려가 지구 반대편으로 나온다면?
Presently she began again. 'I wonder if I shall fall right THROUGH the earth! How funny it'll seem to come out among the people that walk with their heads downward! The Antipathies, I think—' (she was rather glad there WAS no one listening, this time, as it didn't sound at all the right word) '— but I shall have to ask them what the name of the country is, you know. Please, Ma'am, is this New Zealand or Australia?' (and she tried to curtsey as she spoke—fancy CURTSEYING as you're falling through the air! Do you think you could manage it?) 'And what an ignorant little girl she'll think me for asking! No, it'll never do to ask: perhaps I shall see it written up somewhere.'
4천 마일 아래로 온 것 같다고 하던 앨리스는 이내 다시 말하기 시작하는데, 이대로 계속 떨어져서 지구 반대편으로 나온다면 어떨지 궁금해한다. 머리를 아래로 두고 걷는 사람들 사이로 나오면 얼마나 웃길지 상상하고 있다.
아니, 앨리스는 중력의 법칙은 아직 모르는 건가. 서커스 단원들도 평소에 그렇게 걸으라면 힘들 것 같은데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모르겠다.
그렇게 지구 관통해 똑바로 떨어지면 나오는 나라가 앤티퍼티스일 것 같아. (이때는 자신의 말을 듣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점이 오히려 기뻤다. 맞는 단어 같지는 않았으니까.)
스스로 생각해도 나라명이 맞지 않을 것 같아 사람들에게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한다.
죄송하지만 여기가 뉴질랜드인가요, 아니면 오스트레일리아인가요? (말하면서 최대한 절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공중에서 떨어지면서 하는 절을 상상해봐라. 그걸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게 물어보면 나를 얼마나 무지한 아이로 보겠어. 어딘가 쓰여 있는 걸 봐야겠어.
지구 중심을 사이에 두고 지구상의 반대편 지점을 대척점, 영어로는 antipodal point라고 한다. 계절을 비롯해 낮과 밤이 서로 반대이며, 두 지점의 위도는 절댓값이 같고 북위와 남위가 다르며, 경도는 서로 180°가 다르다.
정말 뉴질랜드일까 싶어서 찾아봤다. 앨리스가 사는 곳이 어디인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영국의 런던이라고 한다면, 런던의 대척점은 뉴질랜드 와이탕기다. 위도와 경도를 알았으니 당연한 건가 싶기도 하고 좀 틀린 정보가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참고로 서울의 대척점은 우루과이의 푼타델에스테다.
curtsey는 서 있는 자세에서 한쪽 다리를 뒤로 살짝 빼고 무릎을 약간 구부리며 하는 절을 말하는데, 앨리스가 아래로 떨어지면서 절을 하면 얼마나 하겠는가?
나라명을 틀리게 말했는데 주위에 아무도 없어서 기뻐하거나, 사람들에게 모르는 걸 묻는 것도 자신을 무지하다고 생각할까 봐 혼자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하는 등 사람들의 시선을 참 많이 의식하는 아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까지는 이런 성향의 아이라고 생각하는데 앞으로는 많이 달라지는 건가? 일단 의도적으로 저자가 앨리스의 성향을 설정했다는 느낌이 든다.
▶ I wonder if_~일지 궁금하다
▸I wonder if I would have been happier if I didn't make the decision then.
(그때 그 결정을 내리지 않았더라면 더 행복해졌을지 궁금해.)
★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_2: 박쥐가 고양이를 먹던가?
Down, down, down. There was nothing else to do, so Alice soon began talking again. 'Dinah'll miss me very much to-night, I should think!' (Dinah was the cat.) 'I hope they'll remember her saucer of milk at tea-time. Dinah my dear! I wish you were down here with me! There are no mice in the air, I'm afraid, but you might catch a bat, and that's very like a mouse, you know. But do cats eat bats, I wonder?' And here Alice began to get rather sleepy, and went on saying to herself, in a dreamy sort of way, 'Do cats eat bats? Do cats eat bats?' and sometimes, 'Do bats eat cats?' for, you see, as she couldn't answer either question, it didn't much matter which way she put it. She felt that she was dozing off, and had just begun to dream that she was walking hand in hand with Dinah, and saying to her very earnestly, 'Now, Dinah, tell me the truth: did you ever eat a bat?' when suddenly, thump! thump! down she came upon a heap of sticks and dry leaves, and the fall was over.
앨리스는 여전히 내려가고 있다. 달리 할 일이 없는 앨리스는 다시 말하기 시작하는데 이번에는 고양이 다이나를 떠올리고 있다.
다이나가 날 찾을 텐데, 가족들이 티 타임 때 다이나에게 잊지 말고 우유를 챙겨주면 좋을 것 같아. 나랑 같이 여기 내려왔으면 좋을 텐데. 쥐는 없어도 박쥐를 잡을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고양이가 박쥐를 먹나?
이런 생각을 하며 내려가는데 약간 졸려서 잠결에 말하듯이 주어와 목적어를 바꿔서 말하기 시작한다.
‘고양이가 박쥐를 먹나?’ → ‘박쥐가 고양이를 먹나?’
단순히 word play일 수도 있지만, 이 앞뒤 바뀐 말이 나중에 어떤 역할을 할지는 좀더 읽어봐야 알 것 같다.
쿵 하는 소리(thumb)와 함께 나뭇가지와 마른 나뭇잎이 쌓인 더미 위로 떨어졌다. 드디어 바닥에 다다랗다. 시퀀스 2가 여기서 마무리되는 것 같다.
▶ doze off_(주로 낮에) 잠이 들다
▶ walk hand in hand_손에 손을 잡고 걷다
▸ I must have dozed off for a minute.
(내가 잠깐 졸았던 게 분명해.)
▸ We walked hand in hand along the beach.
(우리는 해안을 따라 손에 손을 잡고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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