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한 페이지_365 Days Book

연말이 되면 사는 것 중의 하나가 다이어리다. 매년 사지만 제대로 쓴 적은 드물어서 12월이 되면 또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지만 그래도 사게 된다. 이제부터는 잘 쓸 거야, 라면서. 물론 다이어리를 아주 잘 쓰는 사람들도 많지만 사놓고 제 역할을 못한 채 버려두는 사람도 수두룩할 것 같다.

 

다이어리와 마찬가지로, 연말이 되면 찾아보는 것 중의 하나가 365 days라는 타이틀이 붙은 책들.

Day-to-Day Calendar를 사서 보다가 하루에 한 장씩 사라지는 게 좀 아쉬워서 그 후에는 하루에 한 페이지씩 보는 게 좋잖아, 라면서 365 Days 책들을 조금씩 사보았다.

 

다이어리가 그렇듯, 이 책들 역시 연초에는 잘 보다가 날이 더워지면 시야에서 사라지다가 찬 바람이 불면 생각나고 12월에 되면 다시 펼쳐본다.

 

 

《하루 한수 한시 365일》

 

한자 공부겸 한시를 하루에 하나씩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는데, 한자는 생각보다 어렵고 마음 상태에 따라 옛사람들의 정서가 좋을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어서 그때 그때 달라요, 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래도 간결하고 한시를 관통하는 인생관이 있어서, 차분하게 정리하고 싶을 때 읽으면 도움이 된다.

 

위에는 한시가 나오고,

아래에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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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Days of Art: A Creative Exercise for Every Day of the Year

 

로나 스코비의 그림으로, 《365 Art 365 아트 - 나의 예술적 재능을 자극하는 하루 10분》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있다. 원서로 살 생각을 못하다가 인터넷 서점에서 원서로 산 사람의 리뷰를 보고 샀다. 맨앞의 저자의 말과 재료 소개 외에는 영어 문장이 거의 없는데다 정 궁금하면 구글 번역을 이용해도 될 것 같다.

 

날마다 하루에 하나씩 색칠을 하거나 따라 그리거나 드로잉을 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독자가 그리도록 빈 페이지가 중간중간 있기는 하지만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하루에 하나씩 그리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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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ily Stoic: 366 Meditations on Wisdom, Perseverance, and the Art of Living

 

킨들에서 세일할 때 산 이북. 살 때는 거창하게 공부도 하고 좋은 문장도 보자는 생각이었지만, 생각만큼 자주 보게 되지는 않았다. :) 그렇지만 마음이 심란할 때 어느 페이지든 봐도 마음이 안정된다. 여기 수록된 철학자들의 면면이 만만치 않아서 문장 역시 기 기세를 뿜어내는 것 같다.

 

에픽테토스(Epictetus),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Marcus Aurelius), 세네카(Seneca), 무소니우스 루푸스(Musonius Rufus), 제논(Zeno, 영어로는 제논을 제노로 씀) 등의 스토아 철학자들의 글에서 발췌한 글을 하루에 하나씩 읽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철학자들의 문장을 인용한 파트와 그 아래 해설이 나온다.

 

 

 

"I say, let no one rob me of a single day who isn't going to make a full return on the loss."

- Seneca, On Tranquility of Mind 

(손실에 대해 전액 보상하지 않을 사람에게 나의 단 하루도 빼앗기지 마라. - 세네카)

 

full return은 전액 환불을 말하는데, 그 사람에게 시간을 할애함으로써 내가 쓴 시간을 전부 돌려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 사람에게 단 하루의 시간도 빼앗기지 마라라는 의미가 된다. rob는 '빼앗다, 훔치다, 강탈하다'라는 뜻이니까 생각보다 더 강한 뜻.

 

여기서는 돈과 관련해서, 우리는 언젠가 죽을 거라는 사실을 애써 생각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우리 시간을 얼마나 자유롭게 쓰는지에 관대하다는 말로 설명하고 있다.

 

이 해설보다는 어떤 사람과 교류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 같다. 세네카의 책을 전체적으로 읽는다면 어떤 맥락인지 파악할 수 있을 테지만, 그건 너무 힘든 과제가 될 것 같고 이렇게 해설과 의견이 다르더라도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좋다.